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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지도계획서 작성 양식, 아버지가 처음 펜 잡으셨다면

by 마음정화공방 2026. 5. 19.

책상에 양식 한 장 펴 놓고 며칠째 그대로 두고 계실 거예요. 펜은 옆에 있는데 첫 줄이 안 써져요. 아들 일로 자녀지도계획서를 직접 쓰셔야 하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시죠.

 

아내분은 일이 터진 그날부터 충격으로 누워 계시고, 직접 펜을 잡으시기로 하셨겠죠. 평생 글이라곤 회사 서류 정도밖에 안 써 보신 분께 양식 항목 하나하나가 무겁게 느껴지실 거예요. 가정 환경, 그동안 양육 방식, 앞으로 지도 계획 — 항목 이름만 봐도 어떤 말을 어디까지 적어야 할지 갈피가 안 잡히실 겁니다.

 

 

첫 줄이 안 써지는 건 아버님이 아들을 모르셔서가 아니에요. 너무 잘 아셔서 막히는 거예요. 평생 옆에서 봐 오신 아이고, 어릴 때부터 어떤 성격이고 무엇을 좋아하는지 다 아시잖아요. 그걸 양식 한 칸에 어떻게 줄여 적어야 할지 모르겠는 거죠. 그 사이에서 양식이 며칠째 비어 있는 거예요.

 

자녀지도계획서는 다시 잘 키우겠다는 다짐을 막연하게 적는 글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아들을 어떻게 키워 오셨는지, 이번 일이 있고 나서 집에서 무엇이 바뀌었는지. 그리고 앞으로 아버님이 어떻게 함께 지내실 계획인지를 짧게 적는 글이에요. 양식 항목이 어렵게 보여도 결국 묻는 건 이 세 가지예요. 지금까지·지금·앞으로.

 

며칠 전에 통화로 이야기를 나눈 아버님이 계셨어요.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두신 분이셨는데, 양식 받으신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 한 줄도 못 쓰셨다고 하셨어요. 책상에 양식 펴 놓고 매일 저녁 앉아 보시는데 첫 항목인 가정 환경에서부터 막힌다고요. 우리 집을 어떻게 한두 줄로 적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셨습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한 장면이 나왔어요. 아버님은 화물 일을 오래 하셨고, 새벽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시는 일이 잦았다고요. 그동안 아들 학교 일은 어머님이 주로 챙기셨다고. 일 터지고 나서 매주 토요일은 아예 일을 쉬기로 정하셨다고 하셨어요. 토요일 오전마다 아들하고 한 시간씩 걸으면서 학교 이야기를 듣기 시작하셨고, 두 달째 이어가고 계신다고. 그게 가정 환경에 들어갈 한 장면이라고 풀어 드렸어요. 다음 날 오전에 초안 정리해서 보내드렸습니다.

 

 

다른 한 아버님은 주말 오후 메시지로 연락 주셨던 분이에요. 중학교 3학년 아들 아버님이셨고, 가장 막막한 항목이 앞으로 지도 계획이라고 하셨어요. 앞으로 잘 키우겠다는 말로 채우자니 막연하고, 구체적으로 적자니 무엇을 적어야 할지 모르겠다고요. 같이 풀어 보니 일 터지고 나서 이미 집에서 시작한 게 있었어요. 그동안 자주 가던 PC방·당구장 친구 모임에 못 가게 한 것. 매일 저녁 식탁에서 아버님이 아들 학교 이야기를 듣기 시작한 것. 이미 시작하신 일들을 그대로 적으시면 된다고 풀어 드렸어요. 이튿날 오전에 초안 보내드렸습니다.

 

자녀지도계획서에 담길 것과 뺄 것이 있어요.

 

담길 것은 세 가지예요. 지금까지 집에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 오셨는지 짧은 한 단락. 이번 일이 있고 나서 집에서 이미 바뀐 한두 가지. 앞으로 아버님이 구체적으로 함께 지도하실 한두 가지. 이 세 가지가 들어가면 양식 한 장이 채워져요. 사실, 바뀐 모습, 함께할 계획 — 이 세 가지 흐름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뺄 것도 세 가지입니다. 그동안 일이 바빠 못 챙겼다는 자책을 반복하는 것.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거라는 단정. 막연한 다짐 — 앞으로 잘 키우겠습니다·옆에서 지켜보겠습니다 같은 표현. 이 셋은 양식에 들어가면 다른 항목까지 진심이 흐려져요.

 

 

분량은 양식 칸을 다 채울 정도가 적당해요. 칸이 좁으면 짧게, 넓으면 한 단락 정도로요. 무리해서 두 장으로 늘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자필로 쓰시는 쪽이 좋아요. 아버님이 직접 손으로 적으셨다는 게 양식에서 느껴지거든요. 글씨 잘 못 쓰셔도 괜찮습니다. 또박또박 한 줄씩 적으시면 돼요. 줄이 좀 삐뚤어도, 글씨가 들쭉날쭉해도 그게 더 사람 손글씨답습니다.

 

평생 글이라곤 회사 서류만 써 오신 아버님께 양식 한 장은 무거운 일이에요. 아내분이 옆에서 같이 못 쓰시는 상황이라 더 그러실 거고요. 그래도 양식 항목이 묻는 건 결국 짧은 한 단락이에요. 길게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짧게 사실대로 적으시는 게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며칠째 책상 앞에서 멈춰 계셨다면, 혼자 풀어내려 하지 않으셔도 돼요. 옆에서 같이 짚어 드릴게요. 통화로 지금까지 집에서 아들을 어떻게 키워 오셨는지 한 장면만 나눠 주시면 됩니다. 이번 일이 있고 나서 집에서 이미 바뀐 한두 가지도요. 다음 날 오전에 양식 항목에 맞춰 초안 정리해서 보내드립니다.